- 용현동 ‘허름한 미술관’에서 행정복지센터로 이어진 특별한 나들이 전시 -

▲전시포스터
(인천광역시교육청=김용경 시민기자) 용현동 용일초등학교 뒤 골목, 오래되어 사람들의 시선이 잘 머물지 않던 작은 건물에서 어느 날 조용한 변화가 시작되었다. 이름마저 소박한 ‘허름한 미술관’. 화려한 장식은 없지만 누구나 편안히 기대어 숨을 고를 수 있는 이곳은, 동화작가 이정애 씨가 발달장애를 가진 딸, 청년 화가 박소영 작가를 위해 마련한 전시 공간이다.

▲허름한 미술관
이 작은 미술관에서 시작된 예술의 움직임이 이번에는 마을 속으로 한 걸음 더 나아왔다. 11월 24일부터 28일까지 용현1·4동 행정복지센터 2층에서 열리는 ‘동그라미의 마을 나들이전’이 바로 그 결과다.

▲허름한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

▲박소영 작가
박소영 작가의 작품은 기술적 설명보다 마음이 먼저 전해지는 그림이다. 색 하나, 선 하나가 말을 걸듯 다가오고, 어머니 이정애 작가는 “소영이는 말을 대신해 동그라미로 마음을 피워낸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일까. 소영 작가의 그림은 장애를 가진 청년의 작품이라는 틀을 넘어서, 가장 솔직한 감정의 언어로 표현된 예술로 깊게 다가온다. 마음의 진동에 가까운 순수한 직관은 관람객이 먼저 작품에 말을 걸게 만든다.

▲전시장에 전시된 작품들
이번 ‘나들이 전시’는 허름한 미술관을 지역 주민에게 더 가까이 열어 보이기 위한 시도다. 작은 공간에서 피어난 예술이 주민들의 생활 공간이자 취약 공간이었던 행정복지센터로 옮겨오며, 누구나 쉽게 보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열린 전시가 되었다.

▲전시작품을 설명하는 작가어머니
계기는 우연에서 시작됐다. 용현1·4동 김영희 동장은 출장 중 ‘허름한 미술관’을 우연히 발견했고, 소영 작가의 밝고 생명력 있는 작품들 앞에서 발걸음을 오래 멈추었다. “우리 동에 이렇게 훌륭한 작가가 있다는 걸 주민들도 알면 좋겠다”는 생각은 곧바로 공간 활용 아이디어로 이어졌다.

▲용현1,4동행정복지센터 동장과 작가
이후 주민자치위원회와 미술관 관계자 모두가 전시에 힘을 보탰다. 배너 제작부터 공간 구성까지 주민이 직접 참여하며, 동 차원에서는 처음 시도하는 ‘주민 참여형 전시’가 완성됐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작품 감상을 넘어 우리가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에 자연스러운 질문을 던진다.“예술가란 누구인가”,“표현은 반드시 언어여야 하는가”,“마을의 공간은 누구에게 열려 있어야 하는가”
소영 작가의 작품은 이 질문에 조용하지만 단단한 답을 전한다.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때, 동그라미는 마음이 되고 색은 문장이 된다. 그 마음은 관람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잔잔한 울림으로 전해진다.
용현동의 작은 미술관에서 시작된 소영 작가의 예술 여정은 이번 행정복지센터 전시를 계기로 더욱 넓어진다. 주민 누구나 만나는 예술, 공동체가 함께 만드는 문화, 발달장애 청년 작가에게 열려 있는 새로운 무대.

▲전시 베너
동그라미의 마을 나들이전’은 단순한 전시를 넘어, 마을이 예술을 품으면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가를 보여주는 따뜻한 사례로 남게 될 것이다.
작품 앞에 선 관람객은 어느새 동그라미 속에서 자신의 마음 한 조각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순간, 예술은 작가와 관람자의 경계를 넘어 모두의 것이 된다.
nara57@hanmail.net